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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도, 예영이가 중학교 2학년 무렵 친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기억하다가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는데, 어느덧 여러 해가 지나고 그 시절을 조금은 객관적인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그 일이 왜 우리 아이에게 일어나야 했는지, 왜 하필 그 시기에 그런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선생님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혹시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는 늘 마음 한구석으로 염려하게 됩니다.

    요즘은 한 학급의 인원도 예전보다 적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학교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배우고, 때로는 갈등을 경험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때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을 만나기도 합니다.

    예영이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을 좋아했고, 나름대로 학교생활에도 열심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는 것을 즐거워 했고,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비교적 밝게 지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밝게 인사를 해서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에 진학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시간이 찾아왔을 때, 저 역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있으면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 주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가 이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혹시 이 일로 아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으면 어떻게 하지?’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하면 대신 그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어집니다.

    아이 대신 싸워 주고 싶기도 하고, 아이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당장 없애 주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모든 관계를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모든 어려움을 부모가 대신 경험해 줄 수도 없습니다.

    결국 아이가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만나고, 어떤 어려움을 통과하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는지를 지켜보아야 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내가 대신 아파 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도 아이의 인생에서 필요한 시간이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당연한 것도 아니며, 잘못된 관계를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지나온 모든 시간이 반드시 편안하고 순탄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힘든 시간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때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욥,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10668


    그리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도 알게 되고, 반대로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도 배우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이 성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좋은 일만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일을 통과하면서도 조금씩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예영이에게는 그 시간이 참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저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보니 그 시간 속에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때도 하나님께서 함께 계셨구나.’
    하는 고백이 나옵니다.


    우리의 삶에는 그때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기도해도 상황이 금방 달라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나를 다듬고 계셨다는 것,
    내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지켜보고 계셨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우리 가족에게도 새로운 것을 가르치고 계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지나간 그 시간을 생각하며 이렇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힘들었다고 해서 헛된 시간이 아니었고,
    눈물이 있었다고 해서 실패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간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고,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조금 더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인 저 자신도 많이 배웠습니다.

    아이의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부터 하나님께 맡기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고, 들어주고, 기도하고, 필요한 때에 손을 내미는 것까지일 수 있습니다.

    그 너머의 삶은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자녀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부모인 내가 세운 계획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자녀를 바라보며 걱정하고 있는 부모님들이 계실 것입니다.

    아이에게 친구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학교생활이 힘들 수도 있으며,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너무 쉽게
    ‘이 시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려움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 흘리는 눈물이 언제 어떤 열매가 될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도 일하십니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게 될 때,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시간도 헛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고백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하나님과 함께 걸어온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자녀의 삶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아이의 삶을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으며 기도합니다.

    그 시간도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 역시
    하나님 안에서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생각해 봅니다.

    특별히 자녀가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을 떠올리면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던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아이 대신 아파 주고 싶었고,
    아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었으며,
    힘든 상황에서 아이를 당장 꺼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백합니다.

    부모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고,
    자녀의 모든 삶을 제가 책임질 수 없으며,
    자녀의 인생을 가장 잘 아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주님,
    우리가 지나온 힘든 시간들을 돌아볼 때
    그 시간 때문에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그 안에서도 일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게 하옵소서.

    당장 눈앞의 상황만 바라보지 말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실 더 큰 그림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좋은 관계도 만나게 하시고,
    때로 어려운 관계를 만날 때에도
    그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지혜와
    자신을 지키는 지혜를 배우게 하옵소서.

    상처를 받았다고 마음을 닫지 않게 하시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되지 않게 하옵소서.

    어려움을 통해 더욱 성숙하게 하시고,
    사람의 인정에 흔들리기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정체성을 붙들게 하옵소서.

    주님,
    우리 부모들에게도 믿음을 더하여 주옵소서.

    자녀의 삶을 내 힘으로 붙들려고 하기보다
    하나님의 손에 맡길 수 있는 믿음을 주옵소서.

    기도해도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에도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믿게 하옵소서.

    지나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믿게 하시고,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도 헛되지 않음을 믿게 하옵소서.

    우리의 눈에는 실패처럼 보이는 시간도
    하나님께서는 성장의 시간으로 사용하실 수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상처로만 보이는 시간도
    하나님께서 회복과 성숙의 통로로 사용하실 수 있음을 믿습니다.

    주님,

    우리의 자녀들을 우리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맡겨 드립니다.

    그들의 학교생활을 지켜 주시고,
    그들의 관계를 지켜 주시며,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 주옵소서.

    그리고 부모인 우리에게
    자녀를 사랑하되 지나치게 붙들지 않는 지혜를 주시고,
    필요할 때는 기다리고,
    필요할 때는 말해 주며,
    필요할 때는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지나온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손 안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고백합니다.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지나갈 시간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

    우리의 자녀와 가정을 선하게 인도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