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만드는 억압, 겸손이 만드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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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의 한국어 번역은 "안"입니다.

얼마 전 오래된 글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2013년 어느 날, 가족 식사 자리에서 큰아이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였습니다.

“어릴 때 아빠 눈치를 많이 보며 자랐어요.”

그 말은 짧았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늘 조심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혹시 혼나지 않을까,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혹시 잘못 보이지 않을까.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보다 먼저 아버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눈치를 보는 삶입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내 의견을 숨긴 채 상대의 반응부터 살피는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마음은 늘 긴장 상태에 놓여 있게 됩니다.

그날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아빠도 지나고 보니 아빠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
그때는 너무 몰라서 너희들에게 잘못한 것이 많았다.”

변명도 하지 않았고,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았고,
자신을 정당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중요한 사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권위는 자신을 높이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때 남편이

“그래도 너를 그렇게 키웠으니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 것 아니냐?”

라고 말했다면 어떠했을까요?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닫혔을 것입니다.

사람은 힘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신뢰로 움직입니다.

권위로 복종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진실한 인정과 변화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듭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가정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아빠 역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야 했던 답답함과 억압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며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억압으로 변화시키지 않으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은 진리와 사랑으로 사람의 마음을 만지십니다.


가정만이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원리는 가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도,
직장도,
교회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건강한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불이익을 받을까 봐,
비난을 받을까 봐,

침묵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공동체는 점점 건강함을 잃어가게 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 의견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며,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두려움을 만들지 않습니다

좋은 리더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보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 놓습니다.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비판을 들을 줄 알고,
다른 의견을 존중할 줄 압니다.

그런 리더십 앞에서는 사람들이 억지로 따르지 않습니다.

기꺼이 함께 가게 됩니다.

가정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으로 세워진 권위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신뢰로 세워진 권위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전도서 4장 12절은 말씀합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사람을 묶어 주는 것은 두려움이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억압이 아닙니다.

신뢰입니다.

자유로운 말에도 책임이 따릅니다

물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는 상대를 존중하는 가운데 사용될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의무도 함께 있습니다.

내 의견이 소중한 것처럼 상대방의 의견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진실을 말한다는 명분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진리를 말하라고 하셨지만, 동시에 사랑 안에서 말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에베소서 4:15)

건강한 가정도,
건강한 공동체도,
건강한 사회도,

서로 눈치를 보며 침묵하는 곳도 아니고,
서로를 공격하며 함부로 말하는 곳도 아닙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곳입니다.

침묵과 무례함 사이에는 건강한 대화라는 길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는 바로 그 길을 걸어가는 공동체일 것입니다.


“사랑 안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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