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득 예전에 기록해 두었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2012년 당시 저는 직장생활 3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그중 2년은 우체국 FC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FC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야기에 시작하게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시험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보험설계 업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경제적인 개념도 무너져 있었고, 보험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 일이었기에 마음속 갈등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저는 하나님께서 사역의 문을 열어 주시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사역이 아니라 세상 속 직장으로 나가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되었습니다.
“왜 사역하지 않고 이런 일을 하지?”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왜 보험 일을 하지?”
누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 마음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주님, 이 일이 정말 주님께서 허락하신 길이라면 알게 해 주세요.”
그때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너의 힘과 계획을 내려놓고 나를 의지하는 법을 가르쳐 왔는데, 왜 또 네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두려워하느냐?”
그 말씀 앞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교회에서 사역자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만이 나의 일이 아니다.”
그 말씀은 제 신앙의 관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하나님을 위한 일과 세상 일을 구분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직장에서도 일하시고, 시장에서도 일하시며, 가정에서도 일하십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결국 저는 우체국 FC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그 일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보다 사람을 대하는 법을 가르치셨고, 업무를 통해 성공하는 방법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작은 단자를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불량과 양품을 구분하는 생산직 업무였습니다.
우체국 FC와는 정반대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은 동일했습니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분이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웃음에 그늘이 없네요.”
그리고는 어려움 없이 살아온 사람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언니도 신앙생활 하시잖아요.”
그러자 그분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웃음의 그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말투가 다르고, 음성이 다르고, 살아온 인생의 색깔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 몇 마디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늘 우리를 그렇게 대해 주십니다.
정죄하기보다 기다려 주시고, 판단하기보다 말씀으로 방향을 보여 주십니다.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저를 특별한 사역의 자리에서만 훈련하지 않으셨습니다.
보험 일을 하던 자리에서도,
생산직 공장에서 일하던 자리에서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저를 다루시고 빚어 가셨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뜻을 특별한 곳에서만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일하십니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직장,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
오늘 내가 감당해야 하는 작은 책임들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역의 자리보다,
우리가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먼저 우리를 빚어 가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분은 어떤 일을 맡기시기 전에 먼저 사람을 준비시키시고, 어떤 사명을 주시기 전에 먼저 우리의 마음을 다루십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어디든지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있게 하신 자리라면 그곳 역시 하나님의 훈련장이며, 은혜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앞으로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낙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역의 자리보다, 우리가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먼저 우리를 빚어 가십니다.
오늘의 평범한 하루도 하나님 손 안에서는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우리를 빚어 가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