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연약한 사람입니다

몇 년 전, 한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며 있었던 일입니다.

그 어르신은 오랜 세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기신 분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술은 끊으셨지만, 통풍과 치매까지 찾아와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어느 날 어르신의 두 아드님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자녀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 인해 겪었던 아픔,
가정 안에서 경험했던 수많은 상처,
실망과 분노의 기억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아버지가 연약해지고 병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쉽게 이해하거나 용서하지 못하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상처를 받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며 제 마음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부모도 결국 연약한 사람일 뿐이구나.’

우리는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를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부모는 강해야 하고,
부모는 책임져야 하고,
부모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알게 됩니다.

부모도 부족한 사람이었고,
부모도 상처를 가진 사람이었고,
부모도 자신의 연약함과 싸우며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가 상처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해는 용서의 문을 열어 주고,
용서는 우리의 마음을 자유롭게 해 줍니다.

그날 한 아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결코 변화되시길 기대하는 마음은 없고, 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 짧은 문장 속에는 오랜 세월의 아픔과 갈등, 그리고 자녀로서의 책임감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어쩌면 가족 관계의 회복은 상대방이 완전히 변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사랑의 몫을 다시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되는지 모릅니다.

그날 대화를 마친 후 저는 오히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하나님 앞에서 수없이 결심하고 약속했지만 넘어졌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도 주님께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넘어졌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합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상대방의 잘못만 바라보면 마음은 점점 굳어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미워하던 사람 속에서도 연약함을 보게 되고, 정죄하던 사람 속에서도 긍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날 저는 어르신의 아드님들보다 오히려 제 자신의 마음을 더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종종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연약함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오래 참고 기다려 주신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기다려 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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